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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강원도

가을 속초 여행 2 (설악산 케이블카, 비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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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여행의 두번째 날,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기로 하고 아침 일찍 간단히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이른 아침 속초 시내 곳곳을 다니는 7, 7-1번 버스를 타고 설악동으로 갔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외국인들이 많이 타더라구요. 버스 승객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었던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설악산은 외국인들에게도 유명한가 봐요.

버스에서 내리고 살짝 걸어가면 신흥사 매표소가 나옵니다. 케이블카 타시려면 신흥사 매표소에서 입장료도 따로 내고 케이블카 이용료도 따로 내야 됩니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좀 이른 시간이지만 몰려있는게 설악산의 인기를 다시금 체감할 수 있게 해줍니다. 평일인데도요. 가격은 어른 1인당 4500원이었습니다.

설악동 코스로 설악산을 오를 때 필수 인증 코스죠. 설악산 반달가슴곰 동상.

걷다 보니 저 멀리 곧 타게 될 설악산 케이블카의 모습이 보입니다. 엄청난 높이 까지 힘도 좋게 쑥쑥 올라가더라구요. 케이블 강도가 엄청나리라 생각하며 계속 매표소까지 걸어갔습니다.

가던 중 발견한 설악산지구 전적비 입니다. 51년 봄에 벌어진 전투를 기리기 위해 78년도에 세운 동상이라고 하네요. 잠시 묵념을 하며 지나갑니다.

설악 케이블카 매표소에 도착해서 기나긴 줄을 기다려 겨우 표를 사고 잠시 대기합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엄청 많아서 놀랐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보통 15분간격으로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권금성에서 케이블카가 내려옵니다.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되게 부드럽게 내려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탑승하고 5분정도 올라가면 하차하게 됩니다. 올라가는 중에 사람이 빽빽히 차있어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다가 기회가 날때마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직접 타보니 훨씬 부드럽고 빠르게 올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고 사람들을 따라 올라가면 권금성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사람들 가는 길만 따라가도 길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답답한 점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올라가던 중 지나다니던 헬기. 이 날 헬기가 엄청 많이 지나다녔는데 인명사고는 아닌 것 같고 중청대피소나 희운각 대피소로 물자들을 나르던 헬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주변이 펼쳐진 권금성에 도착하게 됩니다. 열한시 쯤 밖에 안 되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마치 주말 북한산 정상 근처에 앉아있는 사람들 정도였습니다. 알고보니 대학생들이 단체로 현장학습? 같은 걸 왔더라구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도 애초에 사람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추울 줄 알고 옷을 챙겨갔으나 햇볕이 너무 강하게 내리쬐서 생각보다 더웠습니다. 그래도 주변이 확 펼쳐진 광경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단풍이 완전히 들지는 않았지만, 부분부분 색이 올라오는 것이 역시 설악은 다르구나. 대청은 얼마나 단풍이 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권금성에서도 설악산 내부의 모습은 보이진 않지만 여름에 절 힘들게 했던 공룡능선의 봉우리들이 보이긴 합니다. 이쪽에서의 풍경도 기가 막히지만 역시 대청봉에서 보는 공룡능선을 따라올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간식을 먹기 위해 그늘이 적당히 있고 평평한 자리를 찾던 중 앉을 만한 곳을 찾아 앉아서 간식을 먹었습니다. 속초의 풍경이 제법 잘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숙소가 보이는지 눈으로 찾아보았습니다. 날씨가 쾌청해서 눈으로도 잘 보이더라구요.

비법정탐방로인 저항령으로 올라가는 계곡입니다. 저항령에 올라가서도 양옆으로 난 봉우리들로 가는 길이 모두 비법정 탐방로라고 하네요.

간식도 먹고 재미나게 풍경도 감상하다 보니 시간이 어느새 흘러 내려가기로 합니다. 햇볕은 진짜 강했지만 날씨가 워낙 좋아 봐도봐도 행복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왔던 길 그대로 내려가서 케이블카를 타면 됩니다. 여기서 내려올때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기에 줄 선 순서대로 내려오니까 안 몰리는 시간에 내려가셔야 합니다. 저는 20분인가 줄서서 겨우 탔습니다.

내려오면서 볼 수 있는 울산바위입니다. 울산바위는 안 가보았지만, 다음에 오게 되면 언젠가는 가볼 일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바로 밑을 내려다 보면 이렇게 허공이 보입니다. 떨어지면 쪽도 못 쓰고 죽겠네요. 갑자기 무서워져서 앞만 보기로 합니다.

내려오면서 찍은 영상

더 내려오니 신흥사와 울산바위 그 앞에 흐르는 설악산에서 내려온 천들이 아주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비선대

내려와서 근처 식당에서 밥을 간단히 먹고 물 몇병을 산 뒤 비선대를 가보기로 합니다. 등산이라고 하기는 뭣하고 산책이나 하이킹 정도가 괜찮은 단어일 것 같습니다.

오색에서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을 거쳐 내려온 뒤 비선대에서 신흥사로 향하는 이 길은 정말 지옥 같았지만 몸에 피로가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걷기 좋고 더욱 풍경들이 눈에 잘 들어 왔습니다. 역시 사람은 힘들 때 주변을 둘러볼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며 여유롭게 걷습니다. 아까의 설악산지구 전적비와 같이 조용히 묵념을 하고 지나갑니다.

권금성에서 보던 저항령으로 올라가는 계곡입니다. 계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물이 말랐습니다. 원래 물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잠깐 물이 없는 시기에 온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도 궁금함을 참고 그냥 계속 걸어갑니다.

그때는 전혀 보지 못했던 이런 것들을 보면서 가만히 서서 읽어보기도 하며 여유를 부립니다.

갑자기 올라가는 왼편으로 물소리가 들리면서 계곡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역시 물 맑기로는 설악산 계곡이 최고로 맑은 것 같습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벗삼아 걸어가다 보면 엄청 큰 바위가 있습니다. 앞에 표지판이 있기에 무슨 용도로 사용했을까 궁금해서 읽어보았으나 잘 모르겠습니다.

계곡물이 너무 이뻐서 근처에서 구경하기 위해 잠깐 내려갔습니다.

그때 옆에서 나뭇잎 밟는 소리가 들리길래 뭐지 하고 돌아보니 보호색 완연한 도마뱀 한마리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비슷비슷한 계곡물이 흐르는 길을 걸으며 지겨워질 무렵 갑자기 와선대가 등장합니다.

옛날에 마고선이라는 신선이 경치를 누워서 거문고를 퉁기며 즐겼다는 와선대 입니다. 평평한 돌이 펼쳐져 있었고, 물 빛이 에메랄드 빛으로 과연 신선이 놀다갈만한 곳이구나 느꼈습니다.

감탄하며 보면서 든 생각이 역시나 공룡능선 타고 내려올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풍경입니다. 힘들어서 주변을 볼 여유가 없었던걸 까요 공룡능선을 보고와서 감흥이 없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와선대 이후로 비슷한 에메랄드 빛 계곡이 계속 흐르기 시작합니다. 초입에 비해 유량도 더 많고 수심도 더 깊어진 기분입니다. 역시 어느 정도 올라와야 기가막힌 풍경을 구경할 수 있구나.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계곡으로 올라가면 더욱 멋진 계곡을 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천불동계곡을 가봐야 겠습니다.

그러다 도착한 최종 목적지 비선대입니다. 와선대와 세트 같은 느낌으로 와선대에서 누워 놀던 신선이 비선대에서 하늘로 올라 갔다고 합니다. 비선대의 위로 쏟아 오른 봉우리들과 멋진 빛깔을 자랑하는 계곡, 큰 돌들에 새겨진 한자들을 보면서 정말 그럴법한 이야기구나 압도됐습니다.

비선대까지 다 보고 왔던 길을 다시 내려와서 신흥사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팥빙수를 시켜 먹었습니다. 비싸지만 맛있는 팥빙수 였습니다. 다음에 공룡능선 타고 내려올 때 꼭 들려서 먹어야 겠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아까 탔던 케이블카도 구경하고, 다 먹고 난 뒤 바빠서 구경 못 했던 신흥사도 대충 구경하고 재밌었던 설악동을 뒤로 하고 숙소로 가서 푹 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속초의 여러 곳을 둘러 볼 수 있어 굉장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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