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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등산

설악산 공룡능선 (오색~대청~공룡능선~설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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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 (오색~대청~공룡능선~설악동)

난이도 : ★★★★★ (5/5) 

코스 :  오색~대청 (5km) / 대청~희운각 (2.7km) / 공룡능선 (4.9km) / 마등령~소공원 (6.5km) / 총거리 19.1km ( 스마트 워치 기준으로는 20km 중반대로 나옴 )

소요시간 : 약 12시간

  설악산 공룡능선을 언젠간 가야지 했었는데 평일에 시간이 남아 다녀왔습니다. 평일 안내산악회를 이용하여 12시쯤 서울에서 출발하여 3시쯤 오색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무리 해가 빠른 여름이라 해도 새벽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어 등산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헤드랜턴과 같은 버스를 타고 오신 분들덕에 무섭지 않게 등산할 수 있었습니다.

오색~대청봉

  산악회 버스에서 내리니 3시쯤 되서 헤드랜턴, 스틱 등을 꺼내어 오를 채비를 하다 보면 문이 열립니다. 저 문을 앞에 서면 긴 시간의 힘든 등산이 드디어 시작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 한켠에 설레이는 감정이 생깁니다. 

  그렇게 생각없이 엄청난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새벽인데도 땀으로 온 몸이 젖습니다. 하지만 가끔 너무 어둡고 적막해서 멈추어 주변을 둘러볼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럴때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때가 바로 다시 재정비하고 출발할 때입니다. 걷다보면 새벽이다 보니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싶을 때가 가끔 있는데 고개를 들어 나무쪽에 랜턴을 비추면 산악회에서 달아놓은 이정표같은 리본들이 빛에 비쳐져 반짝입니다. 그걸 보고 따라가면 길을 잃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없이 오르다 보면 해가 조금씩 떠오르면서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머리에서 랜턴을 떼어 가방에 넣으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비록 대청봉에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산 중턱에서 떠오르는 해를 나무사이로 보며 아쉬운 속을 달랬습니다.

  잠깐 올라가다 멈추어 풍경을 보고 다시 올라가다 멈추는 동작을 계속 하다보면 은근히 시간이 많이 지체됩니다. 다만, 그런 행동이 충분히 가치가 있을 만큼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길도 오색코스 초반부에 비하면 완만해져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건너 산에 깔린 구름과 하늘 위에 떠있는 구름들을 구경하다 보면 이내 대청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대청봉까지의 산행은 그리 힘들진 않았습니다. 땀을 많이 흘렸지만, 대청봉 정상에서의 바람이 매서워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싸늘하다못해 추워집니다. 얼른 중청대피소로 내려가기로 하고 발을 돌립니다.

 

대청봉~희운각대피소

 

 내려가는 중 오늘 가야할 공룡능선이 보여서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의 감정을 느끼며 경치를 감상합니다. 과연 국립공원 1경답게 최고의 풍경을 자랑합니다. 

 열심히 내려가다 보면 잠깐 들러 허기를 달랠 중청대피소가 보입니다. 워낙 경치가 좋아서 내려가는 중에는 힘들다는 생각을 못했으나, 중청에서 대청으로 올라올때는 경치고 뭐고 안보이고 그냥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초쪽은 구름으로 하나도 안보였습니다. 그래도 해와 구름의 조화가 절묘합니다.

 중청대피소에 짐을 풀고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합니다. 바람이 제법 불어 싸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얼른 허기만 달래고 다음 발걸음을 떼기로 합니다. 

 내려가는 길 내내 눈이 즐거워서 힘든지도 몰랐습니다. 주변 어느 곳을 둘러봐도 너무 이뻤습니다. 

  공룡능선과 비법정인 화채능선이 보입니다. 울긋불긋 멋지게 솟아오른 바위들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 이 경사를 올라오려면 얼마나 힘들까였습니다. 실제로 희운각대피소에서 대청봉오르는 길의 난이도가 매우어려움, 어려움이 맞구나 싶었습니다. 

 풍경을 둘러보던 중 희운각 대피소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갈길이 멀었지만, 공룡능선의 시작인 희운각대피소가 눈에 보이니 내가 정말 공룡능선을 타는 구나 싶었습니다. 다만, 설악동에서 올라오신 분들은 공룡능선의 끝이 희운각 대피소 겠지만요. 

 희운각 대피소를 향해 내려가던 중 전망이 너무 잘 보이는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모르지만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이뻐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역시 눈으로 보는 만큼 담길 수 없습니다. 제가 파노라마 사진을 안찍어봐서 요령이 없는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네요.

 여차저차해서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하여 부족한 물도 보충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러던 중 다람쥐 몇마리가 와서 저를 반깁니다. 이렇게 가까이 까지 다가온 야생동물은 설악산에서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설악산에 등산객이 얼마나 많이 와서 먹을 것을 주는지 알수 있는 대목입니다. 

 익숙한 모양인지 다른 등산객들의 가방을 수색하는 다람쥐들의 모습. 사람들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너무 귀엽습니다 .

 

공룡능선 (희운각대피소~마등령)

 

 희운각대피소를 뒤로 하고 거의 바로 시작되는 바위 길에 놀라서 다 오른 뒤 찍은 사진입니다. 이런 길들이 공룡능선을 타는 중 계속 됩니다.

 공룡능선을 타기 전에는 제일 유명한 봉우리인 신선대, 1275봉, 큰새봉, 나한봉 등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타는 내내 계속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수많은 봉우리들을 지나갑니다. 한번 가서는 이름도 제대로 알기 힘들고, 그저 경치에 감탄을 하며 힘들게 오를 뿐입니다. 이 사진은 아마 제 생각에 신선대로 추정되는 곳에서 찍은 앞으로 가야할 능선의 사진을 찍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공룡능선 산행 중 계속 있던 이름 모를 봉우리들입니다. 타는 내내 오르막 내리막 반복되며 쉴 구간이 딱히 없는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내리막이 나오면 오르막이 또 나오겠구나 싶고, 오르막이 나오면 앞으로 몇 봉우리나 넘어야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산행 중에 뒤를 돌아보며 내가 왔던 길을 확인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깁니다. 

 끝없는 오르락내리락을 가던 중 어마무시한 오르막을 발견하고 지레 겁을 먹어 찍은 사진입니다. 이 오르막을 오르면 1275봉입니다. 공룡능선 딱 절반을 왔다는 뜻입니다.  

 1275봉을 다 오르고 힘들어 잠깐 바위에 앉아 쉬던 중 만난 다람쥐입니다. 음식들을 꺼내 먹는데 자꾸 와서 자기도 한입달라고 보챕니다. 먹던 과일을 하나 주니까 맛있게 먹더라구요. 

 다람쥐는 다람쥐고 내가 가야할 길을  바위에 앉아 다시 쳐다봅니다. 저기가 큰새봉이고 저기가 나한봉일거야라며 금방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꿀맛같은 휴식을 취한 뒤 1275봉에서 내려오니 유튜브에서 많이 보던 사진 스팟이 나옵니다. 찍어줄 사람이 없어 제 사진은 못 찍고 경치를 잠깐 구경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사진 상으로는 그렇게 안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와 발 헛디디면 우당탕탕하고 바위에 치여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었습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1275봉이 보입니다. 제가 쉬었던 곳을 확대해보았습니다. 저 곳을 내려왔다니 분명 아무생각 없이 걸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왔구나 싶습니다. 

 주변 봉우리들 이름도 모르고 알 생각도 없이 무념으로 터벅터벅 걷던 중 주변을 둘러보니 운해가 깔려 있습니다. 구름이 이렇게 가까웠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등산 중 뱀을 5마리 이상 발견했습니다. 다행히 등산로에 있다가도 사람이 오면 피하는 아주 순한 녀석들이었습니다. 모두 살모사 같기는 했지만요. 

 너무 힘들어 나한봉까지 가면 아껴놓은 물을 마셔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도무지 봉우리를 아무리 넘어도 지도상 나한봉이 찍히지 않아 무척 힘들었습니다. 

 너가 나한봉이니 ? 하면서 계속 혼잣말을 하며 등산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와는 별개로 풍경이 좋아서 피로가 약간은 사그라드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추락위험 표지판도 보고 하니 어느순간 나한봉을 지나와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인건 희운각대피소에서 출발한 공룡능선 코스의 경우 나한봉만 지나면 마등령까지는 내리막길만 계속 되어서 수월합니다. 마등령에 도착한 후 간단히 남은 음식들을 먹고 다시 힘을 냅니다.

 

마등령삼거리~설악동소공원

 

 마등령에서 내려오면 바로 나무계단이 시작됩니다. 이미 허벅지와 종아리가 불타오른 상황이라 내려가는게 쉽지 않으므로 스틱은 필수입니다. 초반에는 나무계단이고 중반부부터 계속 불규칙한 돌계단길이 험한 경사로 계속 되는데 비교적 체력이 좋은 등산 초반에 오르기도 힘들것 같고 이미 체력을 다 쓴 등산 후반에 내려가기도 힘든 코스인것 같습니다. 역시 괜히 마등령마등령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다 떨어진 물을 아껴 마시며 겨우겨우 비선대 까지 내려옵니다. 

 그렇게 박살난 다리를 겨우겨우 이끌고 내려오다 보면 결국 비선대에 도착합니다. 이 표지판이 보이면 끝일 거라 생각하고 힘이 풀리지만, 아직 신흥사까지의 평지가 남아있습니다. 

 

 물이 너무 시원해 보여 뛰어 들고 싶었지만, 아무도 없는걸 봐서 들어가면 안되는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등산 마지막이라 그런지 비선대에서 신흥사 가는 3km남짓의 평지거리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설악동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신흥사에서 비선대까지의 평지가 마등령까지 오르기 전의 휴식시간 같겠지만 말입니다. 결국 여차저차 신흥사에 도착해서 시원한 커피와 마실 거리를 마시고 충분히 쉰 후 다시 안내산악회 버스에 올라 무사히 귀경하였습니다. 이로 꼭 해보고 싶었던 공룡능선 산행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다음에 또 갈 예정이지만 절대 한여름엔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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